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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최고의 축복은 환자와 행복한 나눔”
등록날짜 [ 2015년04월09일 20시53분 ]

환자는 약자다. 몸과 마음이 연약해져서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 의사인 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제가 사랑으로 그들을 대하면 환자들은 바로 느낀다. 특히 우리 병원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다독이고, 환자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기본이다. 이런 것들을 지킬 때 치료도 힘을 얻고 효과도 훨씬 나아진다.

 

복음병원에 있는 분들은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다. 의사들도 자기가 잘나서 병원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저도 이 땅에서 받은 것들을 환자들과 나누고 가고 싶다. 제가 이 나라에서, 이렇게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시기에 태어났다는 것에 감사하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 현장에서 살아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내가 외과의사로 출발할 무렵, 복음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위암 수술이었다. 복음병원 외과에서 위암 수술은 맏아들과 같은 위치였다. 당시 나는 고신대 졸업생으로서 어떤 의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지원자도 많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 병원에서 중요한, 장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 대학 병원 의사가 주는 명예와 경제적 충족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삶, 의사로서 보람된 삶이었다.

 

준비에는 시간이 걸렸다. 김해에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의사로, 한 인간으로 준비되고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다양한 수술을 접할 수 있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복음병원은 내게 행운의 장소였다. 먼저 장기려 박사님과의 만남이 그랬다. 장 박사님의 환자에 대한 철학은 내게 모범이자 도전이었다. 아직 신앙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던 내게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 주었고, 무엇보다 그 즈음 ‘참된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내 안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환자를 대할 것인가,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이 계속됐고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장 박사님을 보며 그 정신과 자세를 배워나갔다. 복음병원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면 명성이나 부에 시선을 뺏겼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행복했을까. 외과를 선택한 것도 좋았다. 생사를 다투는 환자에게 직접적이고 치열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칼을 들고 암을 다루는 내게는 두 분의 멘토가 있다. 두 분은 암을 대하는 태도가 상반됐는데, 한 분은 암을 다독이고 달래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계셨고, 다른 한 분은 암과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한다는 뜻을 보인 쪽이었다. 나는 암을 정복하고 싶은 쪽이었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수술만 세 번, 항암 치료에 방사선 치료까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 마음먹었다. ‘끝까지 추적하겠다. 암이 죽을 때까지 내가 따라가겠다.’ 그 각오가 암을 대하는 내 기본 모토가 되었고 한 환자는 내게 ‘암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 별명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이자 이제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의 명패가 됐다.

그때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암을 달래야 한다고 했던 선배 교수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암과 싸우고 이기는 것보다 환자의 편안한 여생을 위해 환자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의사가 메스를 들고 질병과 싸우다 보면 때로 환자나 의사가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외과 의술이 발달하면서 기술적으로 질병을 대하다 보면 오히려 기술이 좀 모자랐던 시절보다 환자 자체를 보듬는 일에 소홀해지기 일쑤다. 내가 나이가 든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암을 친구처럼 여기던 그 교수님은 당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분이고, 암과 싸워야 한다고 했던 교수님은 지금의 내 나이였으니까.

 

이제는 환자를 보면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아픈 사람들이 아닌가. 환자에겐 특별한 무언가보다 기본적인 사랑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 마디 말이나, 한 번의 진료도 그렇다. 수술을 할 때도 의료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의사로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확실히 치료 효과도 좋아진다.

 

한 번씩 수술 받은 분들이 자기가 먹던 음식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다. 직접 만들고 농사한 것들도 싸들고 오신다. 다른 곳보다 복음병원이기에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한다. 복음병원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고, 그런 분들의 사정을 살피는 데 익숙한 병원이다. 나 역시 필요 이상의 검진은 삼가거나 환자의 사정에 맞는 진료를 하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혼자의 힘으로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남들과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그 길을 매일 조금씩 가고 있다. 심신이 지칠 때도 있지만 하루만큼 환자에게 다가가면 그만큼 알게 되고 재밌어진다. 그리고 그 즐거움만큼 또 한 번 환자에게 다가간다. 내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값진 행복이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위장관외과 윤기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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