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실련]「세계 박물관의 날(5월 18일)」을 기념하여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운영하는 「2023년 박물관·미술관 주간(5.3∼5,28)」을 맞아 전국의 많은 박물관이 다양한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 소속 공립박물관 3곳 중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대구근대역사관이 유일하다. 이 외에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섬유박물관이 박물관·미술관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광역시가 설립한 6곳의 공립박물관 중 4곳이 「2023년 박물관·미술관 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가 공립박물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폐합된 기관 중 그 위상과 기능이 강화된 기관은 공립박물관이 유일하다. 박물관과 성격이 다른 대구문화예술회관 소속으로 운영되던 대구근대역사관, 대구향토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등 대구시가 설립,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의 운영체계가 박물관운영본부가 운영하는 체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구경실련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 설치를 대구시의 산하 문화예술, 관광 관련 기관 통폐합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출범에 따른 공립박물관 운영체계의 변화는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누리집에 공개되어 있는 「2023년 경영계획」에 따르면 박물관운영본부가 운영하는 방짜유기박물관의 2023년 사업비는 4,300만원(‘다양한 주제의 전시회 개최’ 3500만원, ‘상하반기 야외공연’ 700만 원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향토역사관은 그 정도가 더 심해서 ‘대구 역사 관련 유물 구입, 전시실 및 시설물 유지관리’ 등 운영 전반에 소요되는 예산이 4,300만원이다.
이러한 사정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를 대표하는 공립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근대역사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역사관의 2023년 사업예산은 ‘시민과 함께하는 기획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 8,500만원, ‘기증 유물 작은 전시’ 2,000만 원, ‘체계적인 소장품 보존관리’ 5,000만 원, ‘시설물 유지관리’ 3500만 원 등 1억9,000 만원에 불과하다. 이중 ‘체계적인 소장품 보존관리’에 포함되어 있는 근대유물 구입비는 2,000만 원이다. 박물관운영본부가 운영하는 3곳의 공립박물관의 사업비를 모두 합쳐도 2억7,600만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대구섬유박물관,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등 3곳의 공립박물관이 여전히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대구섬유박물관 등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립박물관을 관할하는 대구시의 담당부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민간위탁 공립박물관에 관한한 박물관운영본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의 규모와 예산이 매우 영세한데다 공립박물관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도 미약해 박물관은 여전히 찬밥 신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무늬만 박물관 상태에 머물러있는 대구시 공립박물관을 박물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문화시설이 되게 하려면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박물관운영본부의 규모를 늘리고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구섬유박물관,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등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공립박물관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가 직접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시립 종합 박물관 건립이 요원한 상황에서 이는 공립박물관 활성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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