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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서울시 바로 세우기 : 비정상의 정상화
등록날짜 [ 2021년09월14일 18시37분 ]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지원해왔습니다.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 협치는 말할 것도 없고,

주거, 청년, 노동, 도시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교류 등

전통적으로 중앙 정부와 민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영역,

그리고 아직은 행정에 있어 생소한 분야에까지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됩니다.

 

물론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집행내역을 일부 점검해 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원래 민간에 대한 보조금은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이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되는 것이며,

민간위탁이란 원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나,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인정될 때에 한해 시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가 지급한 보조금과 민간위탁금이

정말 그런 분야에 제대로 쓰였을까요?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보조금 지급과 민간위탁이

오히려 공무원들이 직접 일을 할 때보다

책임성과 공공성을 저하시키고,

특정 시민단체에 편중된 지원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해온 것은 아닐까요?

 

저는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와 여러 현장을 살피면서,

때로는 직원들과 업무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의문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시민단체와 이들을 비호하는 시민단체 출신 시 간부들의

압력에 못 이겨 부적절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위탁된 공공시설들과

거기에서 이뤄지는 업무들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면받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보았습니다.

 

보조금이든 민간위탁이든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민간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고,

공무원 조직이 갖추지 못한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보다 나은 행정을 펼치려고 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 또는 민간위탁 사업의 구조나

사업자 선정 과정, 예산 집행 내역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어냈습니다.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이 되어

다른 시민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입니다.

 

시 조례에 따르면, 민간위탁 대상이 되는 사무는

시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무 중

특수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사무나

시설관리 같은 단순 집행사무 등에 한정됩니다.

 

시민의 혈세로 마련된 예산을

특정 단체에 나누어주는 일이 이런 사무에 해당할까요?

 

시장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시 공무원을 통해,

엄정한 절차에 따라 해야 할 보조금 예산 집행을

시민단체에 통째로 맡겼다면

이는 시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민단체 지원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닐까요?

 

처음부터 시, 구 공무원이 직접 집행하고 정산하게 하면 될 것을

중간지원조직에 맡김으로써,

위탁금은 위탁금대로 나가고

수탁단체는 시 예산으로 보조금을 나눠주고 생색을 내는

기발한 사업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민간보조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시민단체에 중복지원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과도한 예산 집행에 비해 성과평가는 매우 미흡했습니다.

심지어 법에서 정한 대로 보조사업에 사용한 경비를 투명하게 밝힌

정산보고서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었기에

시민사회 분야의 재정지원과 관련하여

시의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고,

저도 취임 이전부터 여러 차례 경종을 울려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공동체 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절반이 넘습니다.

자치구별로 설치된 주민자치사업단 단장의 인건비는

연간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청년 사업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의 해당 사업 부서장으로 와서

노골적으로 특정 시민단체에 지원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단체가 또다시 자금 창구가 되어

또 다른 시민단체에 연구용역을 집중 발주하는 구조를 정착시켰습니다.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갔습니다.

 

사회투자기금 관련해서는 특정 단체에 기금 운용을 맡기면서

위탁금 명목으로 약 4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 또한 서울시가 직접 공공기관을 통해 운영했더라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시민 혈세였습니다.

 

협치 사업인 NPO지원센터는

유관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등 특혜 지원을 했습니다.

심지어 센터 신규 설립 관련 용역을 수행한 시민단체가

센터가 설립된 후에는

직접 해당 센터 운영을 위탁받는 사례까지 등장했습니다.

 

사회주택의 경우, SH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면서

서울시가 토지도 빌려주고, 이자도 지원하고,

사업자금 융자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사업자금의 원천이 바로 시민 혈세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사회경제적 주체들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융자금 상환을 반복적으로 유예, 지연, 연기했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일도 있었습니다.

부실 사회주택 사업자의 채무를 인수했다고는 하지만,

그 돈도 역시 시민 혈세로 충당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일까요?

 

시민의 혈세는 단 한 푼이라도 제대로 가치 있게 쓰여야 합니다.

 

민간보조 또는 민간위탁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공익의 실현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민간기업과 시민단체도 시 예산으로 공무를 수행한다면

공공기관과 다름없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가고자 합니다.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입니다.

 

이것이 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서울시 수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책무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아무런 견제 없이 팽창되어온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시의회에도 주어진 견제와 균형의 사명입니다.

협력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긴 세월 민간보조나 위탁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무엇이 시민을 위하고 서울시를 위하는 올바른 길인지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서울의 주인은 서울시민입니다.

그래서 서울시 예산도 모두 서울시민의 것입니다.

 

앞으로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 9. 14.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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